본문으로 이동 메뉴로 이동
HOME 감독 허허수필

매일 만나는 사람에게서 얻은 귀동냥과 떠오른 글귀

“ 새로운 것을 알았다. 그냥 쓰는 글은 위로가 된다는 것을 ”

롱이에 대하여

호스피스 입양으로

나에게 온 롱이

보호소 의사님이 예상 수명이

한 달 정도라고 하여

이름도 바꾸지 않고 롱이라고 불렀어요

불행하게 산 이름이지만

다시는 개로 태어나 버려지지 않기 위해

꼭! 기억해두고

하느님께 대들라고..

오던 첫날 보호소에서 먹기를 포기했다던 아이라고

믿기지 않게 입안에 음식을 구겨 넣는 것을 보고

울었어요

12월에 와서 봄날만 만나고 가기를 바랬는데

이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고 있어요

그런데 요 녀석이 이제

살짝 제 맘대로에요

문제는 새벽에 혼자 심심하다고

히잉 ! 하며 소리를 내어

물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좀 자세를 바꾸어 뉘어 달라고 하고

덕분에 잠귀가 밝은 내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생각이 들었어요

장장 14년을 보호소에서 살았어요

보호소에 있을 때도 사람 곁을 잘 안 주어서

한 두 사람 빼고는 ..

공격적이지도 않으면서 사람이 오면 멀찍이 가고

그러다 보니 오시는 사람들에게 매달리고 하지도 않아

관심 밖에서 있던 아이였어요

단짝인 개가 있었대요

그 애 하고는 잘 지냈는데 몇 년 전에 죽었대요

사이가 아주 좋았대요

사람도 다 이해 못 하는 내가

어찌 개를 이해하겠어요

그런데 잘 살아야겠어요

하루하루 기필코 내 입으로 숨을 쉬며

완벽히 혼자인 나를 위해

기필코 살아야겠어요

새벽에 다시 잠을 깨면

뭐라 하지 않으려고요 오늘부터

네 입으로 숨을 쉬고 있는 증거이고

누군가를 귀찮게라도 할 사람이 있으니

소리를 지르라고

#허허수필 #흙묻은손 #흙손 #안재훈감독

Top